2022년 9월에 한국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했고, 휴학 없이 4학기를 다녔다.
아직 졸업장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4.2라는 최종학점과 함께 ‘졸업 가능 여부’를 확인했으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4학기 동안 재밌고, 힘들고, 뿌듯했다.
이전에 학부를 졸업했을 때에 비해 꽤 긴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시작한 공부이기도 했고, 그 때와 달리 풀타임 잡이 있다보니 힘들었지만, 업무를 하면서 생긴 갈망을 해소하는 점이 특히 좋았다. 필요해서 하는 공부이기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일과 병행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시험이라는 강제성 하에 지식들을 외우게 되고, 그것들이 업무와 다음 학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기에 의욕이 꺽이지는 않았다.
듣고 싶은 전공으로 꽉꽉 채워들었기에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다.
내가 들었던 전공은 C프로그래밍, C++프로그래밍, 자료구조, 알고리즘, 컴퓨터구조, UNIX 시스템, 운영체제, 이산수학, 선형대수, 데이터베이스시스템 , 파이썬 프로그래밍,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지능, 정보통신망, 클라우드컴퓨팅, 컴퓨터보안, 프로그래밍언어론, 소프트웨어 공학 등이다.
컴퓨터과학과의 전공공부를 하며 좋았던 점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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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하기만 했던 전공 지식들을 분명하게 학습하는 것이 주는 기쁨
- 실무를 하면서 처음 접한 수많은 용어들이 실은 전공서적에서 나오는 용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기쁨이었다.
처음에 접했을 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라운드 로빈, 스테이트 머신, 액터, GAN, 합성곱 신경망 등 업무를 하며 접했던 용어들을 전공 서적에서 볼 때의 기쁨은 아주 컸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 수업에서 학습했던 ‘코사인 유사도’가 아니었다면, 실무에서 코사인 유사도 관련 코드를 짤 때 조금은 더 버벅였을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개념들을 유기적으로 연관지어 생각하다보니 시야가 더 넓어진 것이 느껴지고(여전히 공부할 것은 계속해서 쌓여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의 공부를 발판 삼아서 앞으로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용기도 많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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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와의 연관
- 실무를 하다보면 매일 매일의 업무에 전공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한 단계 점프를 하거나 그동안 못해본 생각을 할 때에는 높은 확률로 전공 지식이 필요했다.
전공공부를 시작한 이후에 회의에서 오가는 용어를 알아듣는 빈도가 높아짐을 경험했기에 많이 기쁘기도 했고, 터미널에서 명령어들을 유닉스 수업을 듣고 난 이후에는 훨씬 더 잘 와닿게 사용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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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라는 강제성과 공부가 주는 위로
- 방송대 입학 전에 운영체제나 네트워크 스터디 등에 참여했었지만, 방송대의 가장 좋은 점은 시험이라는 강제성이 부여되는 것이었다.
같은 운영체제 전공서적이라고 해도 쭉쭉 읽으며 지나가는 것과 문제를 풀기 위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전자는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을 수 있는 반면, 후자는 높은 확률로 고통스럽다.
나의 무지를 깨닫고, 그것을 채워나가고, 그럼에도 공부할 것은 끝이 나보이지 않고, 하지만 작게 나누어서 하다보면 결국 다 할 수 있다는 보편의 진리를 깨달은 것도 큰 수확이다.
야근을 한 이후에도 몇 주간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것은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일을 하면서 배운 ‘포기하지 않으면 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큰 위안이 되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매 기말고사마다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이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고, 그에 맞는 결과를 얻었으니, 앞으로도 노력하면 다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도 공부를 통해 더욱 강하게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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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공부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에 대한 공부
- C, C++, 소프트웨어 공학, 프로그래밍 언어론, 이산수학 등의 내용을 전공 시험이 아니었으면 선뜻 공부할 일을 스스로 만들 수 있었을까?
공부를 해보니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그래서 더욱 뿌듯했다.
컴퓨터과학과의 전공공부를 하며 안 좋았던 점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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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 20대 초반의 대학생 때는 기말고사가 있으면 파트타임 잡의 시간을 조율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렸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야근과 주말 근무를 종종 하게 되는 상황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명확하게 잡아두지 못하는 것은 꽤 큰 불안요소였다. 그래도 한번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기말고사 기간에는 운 좋게도 주말동안 계속 공부할 수 있었다.
또한 예전의 대학생 때는 기말고사여서 힘들다는 내색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 공부가 실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되기에 굳이 여러 사람에게 공부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팀장님께는 알렸었는데 자주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기말고사가 1학기는 6월 초, 2학기는 12월 초에 있고, 총 14주 정도의 한 학기 기간동안 기말고사 이외에도 출석수업과 과제 및 온라인 수업을 듣다보면 꽤 많은 주말을 공부에 쏟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화창한 5월에 계속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것 또한 언젠가 끝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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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지식들이자 오래된 지식들
- chatgpt가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는 시대에 20년전에도 똑같았을 것 같은 내용을 공부하다보면 잠시 회의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세월을 이겨내고 현재의 나에게 닿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이 된다는 지식이라는 의미이기에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낼 수 있었다.
2년간의 전공 공부는 힘들었지만, 전공 지식 뿐만 아니라 자신감 형성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더 재밌고 힘차게 달려보자!